이코노미조선
인터뷰 | 비트코인 전도사 유영석 코빗 대표

“스마트폰이 단순한 전화기 아니듯
가상통화도 단순한 돈이 아니다”


기사입력 2014.01.06 10:00

“인터넷이 정보의 민주화를 이뤄냈다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는 ‘금융의 민주화’를 이뤄낼 겁니다. 그동안 세계 경제를 뒷받침해온 달러, 유로, 여기에 새로운 기축통화를 꿈꾸는 위안화가 모두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린 것과 달리 가상통화는 자율성과 평등성을 추구합니다. 발행기관은 물론 관리주체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진짜 화폐죠.”

한국 최초 비트코인거래소인 코빗(Korbit·한국비트코인거래소)의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이 화폐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 왜 등장하게 됐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뉴욕 쿠퍼유니온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런던대에서 금융경제학 석사를 마친 유 대표가 비트코인을 알게 된 것은 지난 2011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워진 싱귤래리티대에서 열린 미래학 융합기술과정에서다. 이 대학은 지난 2009년 구글과 나사(NASA)가 공동으로 세운 교육기관이다. 



국가 간 소액결제 등 금융 인프라 변화

싱귤래리티대에서 IT창업과 관련해 교육을 받은 그가 국내에 비트코인거래소를 세운 것은 지난 2013년 4월 무렵이다. 3개월간 시범 운영과정을 거친 후 정식으로 법인 설립신고를 낸 것은 7월. 현재 코빗과 같은 비트코인거래소는 국내 3~4곳에 불과하다. 반면 이웃국가인 중국과 일본은 비트코인 거래에 있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현재 세계 비트코인 거래는 중국 BTC차이나와 일본 마운틴콕스, 슬로베니아 비트스탬프 등이 주도하고 있다. 

“출발은 늦었지만 쫓아가는 속도는 엄청나게 빠릅니다. 더욱이 최근 우리 회사 김진화 이사가 <넥스트머니-비트코인>이라는 책을 냈는데, 비트코인에 대한 단행본으로는 세계 최초일 겁니다. 최근 걸려오는 문의 전화만 들어봐도 시장의 관심이 매주 어떻게 변하는지 금세 알 수 있죠.”

2013년 12월 현재 코빗에 등록된 회원 수는 1만명으로 하루 거래량은 원화로 환산하면 평균 3억원 수준이다. 여기서 코빗의 수익모델은 거래 금액의 2%를 수수료로 받는 데 있다.

유 대표는 “스마트폰을 단순한 전화기로만 볼 수 없듯, 비트코인 역시 화폐의 한 종류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통화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과 같은 위치를 차지한다고 주장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투자용도죠. 몇 달 사이 희소성이 커졌다는 소식에 마치 주식 사듯 매수하고 있는데 이것은 가상통화의 발전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거래를 위해서죠.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행법에서 금지하는 음성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마지막인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유 대표가 말하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다양하다. 가령 현재 외환 거래에 있어서는 보이지 않는 한도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소액결제다. 가령 A씨가 개인 블로그를 만드는 데 영국인 프로그래머로부터 약간 도움을 받았다고 치자. 수고비로 몇 만원을 보내려고 할 경우 현행 규정에서는 은행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가상통화의 발달은 정치적 헤게모니가 만든 세계 경제를 하나의 통화체계로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다만 유 대표는 가상통화 악용 가능성에 대해 통화당국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우려했다. 가격으로 대표되는 가치의 불안정성은 분명 시정해야 할 점이지만 그보다는 가상통화가 몰고 올 금융 인프라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가령 비트코인은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거래가 자동으로 발생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며 “만약 상속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한다면 후대가 특정 연령이 되는 때 통화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그가 생각하는 비트코인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같은 일종의 금융 운영체제(OS)다. 두 운영체계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처럼 가상통화도 똑같은 길을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가상통화가 탈세 등 돈세탁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우리 코빗은 실명으로 회원을 가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많은 거래소들도 점차 그런 쪽으로 가고 있고요. 그렇게 되면 사실 가상통화만큼 입출금 내역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통화도 없습니다. 거래 내용이 네트워크에 다 남아 있기 때문에 돈세탁을 전혀 할 수가 없게 되는 겁니다.”


유영석 코빗 대표는 비트코인을 단순화폐가 아닌 금융 인프라 변화의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금융 거래 투명화에 기여

유 대표는 민간이 주도하는 지금의 가상통화 거래 시장에 정부 등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면에서 코빗의 역할은 현재 단순 화폐 거래 서비스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쪽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가상통화에다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해킹으로부터 공격을 당한다는 것은 인터넷 시스템 자체가 붕괴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히려 기존 인터넷 뱅킹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할 수 있죠. 비트코인이라는 세계 공통의 ‘금융언어’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IT기술과 결합되면 가상통화 부문에서 엄청난 시장이 생겨날 겁니다.” 


※ 유영석 대표는…
1981년 서울 생. 2004년 뉴욕 쿠퍼유니온대 전기공학과 졸업, 2009년 영국 런던대 금융경제학 석사, 2010년 미국 싱귤래리티대 미래학 융합기술과정 수료. 2010년 소셜펀드벤처 업스타트 공동설립, 2011년 타이드인스티튜트 공동설립. 2013년~현재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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