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I-4. 인터뷰_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소재·부품 분야 경쟁력 좀더 투자하면 세계 수준”


기사입력 2014.01.28 14:44

엔지니어들은 우리나라 산업, 나아가 경제 발전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주춧돌이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밤낮 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이 ‘2020년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 미래 100대 기술과 주역’을 발굴한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엔지니어들을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다. 100대 미래기술 선정 사업 기획TF위원장을 맡았던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말이다.

“그동안 한국 산업은 남의 것을 모방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걸 탈피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적 발상과 창조적 시도죠. 100대 미래기술 선정 사업은 향후 7~10년 내에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이 될 기술과 그 기술을 선도하는 주역을 발굴·격려하자는 뜻으로 기획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려면 엔지니어 존중 문화가 조성돼야 합니다. 100대 기술 주역으로 선정된 엔지니어들도 자부심을 느꼈겠지만 그 부인들도 무척 좋아하더군요. ‘남편이 자랑스럽다. 내조를 더 잘해야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제게 보낸 분들도 제법 있었죠(웃음).”

한국공학한림원은 100대 미래기술 선정 작업에 120여명의 전문가를 참여시켰다. 기획부터 선정까지 17개월의 기간이 소요될 만큼 꼼꼼하게 정성을 기울였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메가트렌드 분석이었다. 이를 통해 미래 사회를 관통할 5대 미래 비전을 도출했다. 건강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 스마트한 사회, 안전한 사회, 성장하는 사회가 그것이다.

이어 5대 미래 비전에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에서 연구개발 중인 기술들의 로드맵을 대응시켰다. 수많은 기술 중에서도 미래 잠재력이 큰 기술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절차를 거쳐 2020년에 상용화될 기술 460여개를 일차적으로 발굴했다. 그런 다음에 향후 한국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최종적인 100대 미래기술을 선정했다.


-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이 한양대 공과대 연구센터 안에 설치돼 있는 시험장비 앞에 서 있다.

상용화 잠재력 중심으로 100대 미래기술 선정
각 기술의 주역 선정에도 나름의 기준을 뒀다. 우선 논문 실적보다는 특허 실적에 무게를 뒀다. 실질적인 상용화 가능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해당 기술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개발 중이면서 가급적 30~40대의 젊은 엔지니어를 기준으로 삼았다. 장차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이끌 주인공들이라는 점에서다.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전자, 조선 등 일부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각 산업의 원천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세계 일류 수준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번에 선정된 100대 미래기술 중에 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원천기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권오경 부회장은 선뜻 몇 가지 기술들을 예로 들었다.

3차원 구조 반도체 소자 및 수직 적층 공정을 이용한 초미세·대용량 반도체 제조 기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제조 기술,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 등 그린에너지 관련 기술, 바이오연료 생산 기술, 기가비트급 초고속 무선통신 시스템 기술 등이다. 특히 세계 반도체업계 맹주로 군림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 적층 공정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반도체인 ‘V낸드’를 양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100대 미래기술 중에는 한국 산업계의 또 다른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소재 및 부품 경쟁력을 높여줄 기술들도 눈에 띈다. 우선 희유금속(稀有金屬, Rare Metal) 고순도화 기술이 관심을 끈다. 희유금속은 산출량은 적지만 유용한 금속원소를 총칭하는 말로 희소금속이라고도 한다. 최근 들어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인 핵심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자동차용 초경량·고강도 강판 제조기술, 물산업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수처리용 멤브레인(Membrane: 분리막) 기술, 경량 수송기기용 복합섬유소재 기술, 생분해성(미생물 등에 의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성질) 소재 합성기술 등도 눈길을 끈다.

권오경 부회장은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소재·부품 분야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육성 사업을 펼쳐왔는데 이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며 “하지만 소재·부품 기술 확보에는 돈을 아끼지 말자는 생각으로 향후 10년은 더 투자해야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만한 수준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재 세계전기전자공학회(IEEE) 디스플레이분과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요즘 IT산업의 핫이슈로 부상한 웨어러블(Wearable) 기기 관련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운동·태양·전파·정전기에너지 등 주변에서 그냥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에너지수확(Energy Harvesting) 기술과 무선충전 기술이 주된 연구과제다.

중국 추격 따돌리려면 R&D 더욱 강화해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은 한국 IT산업을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지만 IT산업에서 중국의 맹추격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 우리나라의 뒷덜미를 잡을지 모르는 형국이다.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등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듯이, 우리 역시 중국에 추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모방하는 게 바로 한국의 산업과 기술입니다. 중국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어요. 우리가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안에 중국에 종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100대 미래기술 주역들을 비롯해 젊은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고 할 수 있죠. 한국 산업은 완제품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소재·부품 분야에서 기술력을 더욱 키워 중국에 팔아먹을 수 있는 수준이 돼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선정된 100대 미래기술 중에서 2020년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술은 얼마나 될까. 권 부회장은 “적어도 40~50개 기술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이 되기를 기대해본다”며 “하지만 그것은 기대치가 많이 반영된 것이고, 실제 그렇게 되려면 연구개발 현장에서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오경 부회장은…
1955년생. 78년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86년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석사, 88년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80~83년 금성전기 기술연구소 연구원, 87~92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책임연구원, 92년~ 한양대 공과대학 교수, 2010~2012년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회장, 2011년~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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