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II-3. 페이크 마케팅의 심리학

실체를 끝까지 밝히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


기사입력 2014.01.28 15:05

2012년 ‘레지던트 이블5:최후의 심판’ 개봉 당시 온라인에는 영화 속 회사였던 엄브렐라의 채용 공고가 났고 수십만명이 지원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흥미로운 마케팅 방식에 재미를 느낀 네티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광고심리학 전문가들은 페이크 마케팅이 가져오는 효과 중 하나가 ‘브랜드 몰입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석봉 대전대 산업광고심리학과 교수는 “브랜드나 제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기존의 마케팅 방식에 더 이상 소비자가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페이크 마케팅이다. 광고인지 영화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게 하면서 호기심과 흥미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인지심리학에서 완성되지 않은 자극이 있을 때 이 자극을 완성시키고 싶어 하는 동기가 생기는 것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한다. 즉 열중하던 것을 도중에 멈추게 되면 정신적 강박이 생기고 미련이 남아 뇌리에 박히게 되는 심리 현상을 말한다. 한참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던 중에 중요한 장면에서 끝나게 되면 다음 장면을 위해 마지막 장면을 더 잘 기억하게 되는 것이 대표적 예다. 


열중하던 일 멈추기 힘든 ‘자이가르닉 효과’
또한 페이크 마케팅은 그 실체를 드러내기까지 소비자들의 참여도를 높인다는 장점도 있다. 우석봉 교수는 “누군가가 궁금증에 대한 결과나 실체를 밝혀내면 이것을 자랑하고 싶은 심리로 인해 입에서 입으로 전한다. 즉 대중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퍼지는 ‘구전효과(口傳效果·word of mouth effect)’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과정이 진행되면서 소비자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스토리가 확대 재생산되면서 대중들의 기억에서 보다 정교화돼 기억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대중들은 자신들이 들인 자발적인 노력으로 정신적 에너지를 더 투입했기 때문에 그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나 친근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소개했던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와 같은 영화가 한동안 사람들에게 진짜로 받아들여졌던 이유에도 심리학적 원인이 작용한다. 대중들은 허구를 수용할 때 진위 여부에 대한 의심을 유지하는 것보다 의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신적 피로를 덜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특별한 동기가 없는 한 그럴 듯한 허구에 대해선 일단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믿는 것에는 ‘편향적 사고’도 일정 부분 작용한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의심해야 하는 경우보다 믿어야 할 경우를 훨씬 더 많이 겪게 된다. 따라서 경험적으로 먼저 믿으려고 하는 것이 의심하는 것보다 유리할 확률이 높은 것. 즉 사람들은 일단 주어지는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진실 편향(Truth Bias)’을 보이게 된다.


- 2012년 ‘레지던트 이블5:최후의 심판’ 개봉 당시 온라인에는 영화 속 회사였던 엄브렐라의 채용 공고가 났고 수십만명이 지원했다.

인간은 경험적으로 ‘진실 편향적’ 사고
인간이 거짓말을 잘 탐지하지 못하는 현상 또한 페이크 마케팅의 효과를 높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제 생활에서 거짓말을 자주 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탐지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동안 거짓말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실제로 인간의 비언어적 행동 특징을 파악해 거짓말을 탐지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고안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거짓말 탐지에 성공할 확률은 그냥 무작정 찍는 경우보다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참조: ‘페이크 다큐멘터리에서 초두효과 기법에 의한 서사적 실감생성에 대한 연구’ 한국과학기술원 최수영·2007). 

페이크 다큐나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가 귀신·UFO 등과 같이 실제로 일어난 것 같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일이나, 핵전쟁과 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들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더하게 하는 요인이다.

사실 광고 속에서는 진짜 같아 보이는 페이크 영상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실물처럼 보이게 만든 가짜 식품이나 제품들이 그것. 여기엔 실물보다 과장된 모조품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현상인 ‘초정상자극(Supernormal Stimuli)’이 작용한다.

초정상자극이란 네덜란드의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이 실험을 통해 발견한 현상으로, 실제보다 과장된 가짜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회색 반점이 있는 푸르스름한 알을 낳는 새에게 더 크고 선명한 무늬가 있는 가짜 알을 주었더니, 자신의 진짜 알이 아닌 이 모조품인 가짜 알을 품는 것을 보고 이 현상을 설명했다.

이성수 선문대 상담·산업심리학과 교수는 “영상에서 페이크 기법을 이용할 때는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이도록 과장한다. 동물뿐 아니라 인간 역시 어떤 자극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형화돼 있는데, 이 부분을 더 자극하는 것이 초정상자극이며 광고가 흔한 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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