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전문가 시각 1] 린다 그래튼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

“20대에 배운 기술로 80세까지 직업 이어갈 수 없어 자기 변화 능력인 ‘변형 자산’ 갖춰야 생존 가능”


기사입력 2017.09.18 11:31

한국은 기대수명이 긴 나라에 속한다. 2017년 세계경제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기대수명은 82.2세로, 세계 3위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8년 늘어났다. 100세 이상 인구가 최근 5년 동안 거의 2배 증가해 3500명에 달하며, 2030년에는 1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태어난 한국인 대다수의 기대수명은 107세를 넘는다.

수명이 늘어난 것을 축복이 아니라 저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몸이 아프고, 기억력은 떨어지고, 살림살이는 팍팍하고, 사회에서도 도태되니 사는 게 지옥이라는 것이다.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장수를 저주가 아닌 선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준비란 인생의 막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정부 정책도 필요하지만 개인이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튼 교수는 지난해 6월 같은 학교 교수 앤드루 스콧과 함께 출간한 신간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을 통해 연장된 수명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다. 책에서 그는 ‘유형 자산’, 즉 돈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긴 인생의 여정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가족, 친구, 연인, 건강, 유연함 등 다양한 무형 자산도 보유해야 한다”며 “새로운 경험에 열려 있고,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은 100년의 인생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올해의 비즈니스북’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일본 ‘비즈니스북 그랑프리’ 종합 1위를 기록했다.

그래튼 교수는 세계경제포럼의 특별회원으로 활동했고, 경영학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싱커스 50(Thinkers 50)’에 5년 연속 선정됐다. 최근 일본 정부는 ‘인재양성 혁명’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기 위해 그래튼 교수를 기용했다. 그래튼 교수를 이메일 인터뷰했다.


린다 그래튼 교수의 저서 ‘100세 인생’.<사진 : 아마존>
기대수명 증가로 어떤 변화가 생기나.
“가령 1945년에 태어난 잭은 42년간 일하고 매년 소득의 4.3%를 저축했고 은퇴 후 8년간 연금으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1971년에 태어난 지미는 44년 일하면 퇴직 후 기간이 20년이다. 퇴직 전 소득의 50%를 연금으로 받으려면 일하는 동안 매년 소득의 17%를 저축해야 한다. 1998년에 태어난 제인은 어떨까. 퇴직 후 기간이 35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의 25%를 저축해야 한다.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단계 삶’을 살아야 한다. 100세 시대가 되면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3단계 삶’이 무너진다. 과거에는 20대에 배운 지식과 기술만으로도 직업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00세 인생에서는 최소한 80세까지 일을 해야 하므로 지식을 복습하는 정도로는 생산성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평생 2~3개의 다른 직업을 갖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기 위해 재교육을 받는 다단계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돈과 건강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히 돈과 건강부터 걱정한다. 물론 둘 다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00세 인생을 준비하려면 재정뿐 아니라 무형자산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기술이나 지식처럼 직장생활에서 생산성을 높여주는 생산자산, 긍정적인 가족 관계와 파트너십, 정신적 건강, 우정, 자기 정체성 재정립 등 무형의 자산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3단계 삶’에서는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갈 때, 고용에서 퇴직으로 넘어갈 때 두번 정도  과도기를 겪지만, ‘다단계 삶’에서는 단계가 더 많아지는 만큼 과도기도 더 많아진다. 과도기에 새로운 지식과 사고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수다. 그러나 옛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철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노년층에게 필요한 능력이 또 있나.
“평생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 즉 ‘변형 자산’이 필요하다. 앞으로 사람들은 100세 인생을 살면서 많은 변화와 과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형 자산으로는 자기 인식, 다양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능력,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등이 있다. 이러한 범주의 자산은 전통적인 ‘3단계의 삶’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단계의 삶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다단계 삶은 어떻게 다른가.
“과거 대다수 사람들은 교육, 직업활동, 퇴직이라는 일률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단계별로 ‘밀집대형’이 형성돼 확실성, 예측 가능성이 높았다. 가령 누군가가 자신을 ‘대학생’이라고 소개하면, 그 사람의 나이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기업의 ‘부장’이라고 소개하면, 그 사람의 나이뿐 아니라 경력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다단계 삶’에서는 이런 분류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라도 대학생이 될 수 있다. 직업이나 직위만으로 어떤 사람의 나이와 살아온 궤적을 짐작하기 어렵게 된다.”

개별성이 커진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산업적으로도 큰 변화다. 가령 기업의 인사와 마케팅 관행, 각종 법령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대학생에게 필요한, 혹은 대학생이 선호할 만한 제품이라고 해서 지금처럼 ‘20대’만을 겨냥할 수는 없다.
나이와 삶의 단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집단이 비슷한 단계를 겪으면서 세대 간 교류는 더 활발해진다. 밀집대형이 붕괴되고, 연령 집단이 섞이는 현상은 세대 간 이해를 촉진해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아직 미숙한 청년들은 성숙한 인식 체계에 더 일찍 도달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람의 수명이 100세에 이르면, 정부는 광범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진국 정부는 노인 복지 분야에서 주로 퇴직 이후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앞으로는 교육, 결혼, 노동 등 폭넓은 분야에서 더 정교하고 복잡한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허물어지고, 예측이 어려운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는 만큼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개인의 변화와 예측 가능성을 바라는 기업의 요구가 부딪혀 극심한 대치국면이 조성될 수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수명 연장에 따라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개인의 과도기’를 인정할 수 있는 유연성과 기존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


▒ 린다 그래튼(Lynda Gratton)
리버풀대 심리학 박사,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원, 런던비즈니스스쿨 최우수 강의 교수, ‘100세 인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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