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전문가 시각 4]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노인 인구 증가로 고용·소비 등 전 분야 격변 예상 고령화 속도 맞춰 교육·취업 제도 대폭 손질해야”


기사입력 2017.09.18 11:46

한국은 공식적으로 고령사회(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5175만3820명)의 14.0%로 725만7288명이다. 반면 한국의 출산율은 2분기(4~6월)에 사상 최저인 1.04명까지 추락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2085년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620만명으로 줄어든다.

한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어린이(0~14세) 인구를 추월하는 ‘인구 지진(Age-quake)’ 현상에 봉착했다. UN(국제연합)은 노인 인구가 어린이보다 많아지는 이 같은 현상을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의미에서 인구의 ‘역사적 역전(historic reversal)’이라고 부른다. 소비와 고용·국방·투표·가족·이민·조세 등 인구 활동 전 분야에 걸쳐 대격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을 대표하는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진단은 냉정했다. 그는 지금은 변화의 물결을 되돌리려는 노력보다는 그 흐름에 잘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결실을 맺어 갑자기 올해부터 출산율이 상승하면 한국의 인구 문제는 해결될까. 결코 아니다”라면서 “이미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평균 45만명밖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부터 출산율이 갑자기 상승하더라도 지난 15년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히려 지금은 인구 변화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국민들이 현명하게 적응할 방법을 기획하는 데 더 많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인구 변화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국가와 기업, 개인이 힘을 합쳐 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는 전 사회적인 과잉공급을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구조조정, 즉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데 무조건 학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고령층이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재교육 인프라 구축도 강조했다. 또 인구문제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은 정부만의 역할이 아니라면서 대기업들이 특유의 민첩함으로 공적 영역을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인구 대격변기다. 국가 차원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저출산을 극복하자’는 구호는 이미 늦었다. 저출산은 지나온 과거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인구를 다시 늘리려는 노력보다는 정해진 미래에 적합한 사회구조를 마련하는 일이다. 저출산 현상은 15년 이상 지속된 현실이다. 올해 갑자기 출산율이 늘어난다고 해서 지난 15년의 공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 일은 미래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 그 변화에 현명하게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지적인가.
“인구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설명 가능하다. 지금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을 일거에 되돌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변화의 결과는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일어난다. 상황의 악화가 이미 정해진 미래라면 그 상황을 되돌리는 노력뿐만 아니라 악화될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고, 변화된 환경이 가져올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게 미래를 기획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구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접근법이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인구 문제를 더 이상 해결 과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지금의 인구 문제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되돌리려고만 하면 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최근 불거진 서울 지역 초등학교 교사 수급 혼란이 명백한 예다. 학령인구가 줄면 필요 교사 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같은 혼란은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는 당연한 결과였지만, ‘문제 해결’만을 외치다 정작 교육대학의 입학 정원을 줄이는 등의 노력에는 소홀했다. 저출산을 해결하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썼지만, 정작 그 현상이 20년 뒤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럼에도 인구 문제 해결의 핵심 주체는 정부일 텐데.
“정부는 작아지는 사회 규모에 우리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인식 등이 큰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전 사회에 과잉공급됐던 거품을 빼는 다운사이징에 정부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단순히 규모의 축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규모에 맞춘 새로운 체질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있을 수 있나.
“교육 문제를 보자. 현재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 수나 교직원 수를 줄이는 대학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우리 사회의 출산율이 높아지더라도 베이비붐 시대와 같은 인구 증가의 시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교육부의 다운사이징 방향은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다운사이징을 협소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또 다운사이징의 판단 기준을 미래가 아닌 현재에 둔 것이다. 과연 미래에도 대학을 지금처럼 19세에만 가게 될까. 직장인과 고령층이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체질을 바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국가 주도적 다운사이징이다.”

조 교수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대학의 수도 줄여야 한다는 교육부의 논리에 반기를 든다. 그는 대학이 직장인은 물론 고령층들의 재취업을 위한 재교육 전문기관으로서 역할과 기능이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다가올 시대에 재교육 전문 기관인 대학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그 수요는 19세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히려 조 교수는 ‘선(先)취업 후(後)진학’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정부가 꼭 해야 할 역할이 또 있나.
“인구 변동에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들을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해외에 진출할 때 인구 변동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하지 않는다. 당장의 시장 수요만 조사하고 10년 후, 20년 뒤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역량이 부족하기도 하다. 코트라나 중소벤처기업부와 같은 곳에서 인구학 전문가를 대거 채용해 피부에 닿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인구 변동 대책에 있어 기업의 역할은.
“인구 정책은 정부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공적 영역에만 맡긴 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 대기업들은 특유의 민첩성으로 공적 영역을 오히려 선도할 수도 있다. 직급, 조직 체계, 고용 형태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다운사이징이 필요하다. 정부가 뜸을 들이고 기업도 인구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개인 차원의 생존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


▒ 조영태
미국 텍사스대 인구학 박사, 한국인구학회 이사, 아시아인구학회 이사, ‘정해진 미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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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downsizing) 일반적으로는 기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감원을 하는 구조조정을 말한다. 지속가능한 흑자를 내기 위해 몸집을 축소하거나 단순화하는 경영 전략이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다운사이징을 단순히 ‘규모의 축소’가 아닌 인구 변동의 큰 맥락 속에서 새로운 체질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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