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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직장인도 은퇴 후 ‘하류노인’ 전락 가능 정부가 고령층 복지 만들고 개인도 노후 대비해야 - 2016년 7월 24일자


기사입력 2017.09.18 16:22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은행원으로 순탄한 삶을 살던 한 남성이 은퇴하면서 이혼을 겪고 홀로 지내다 고독사했다. 그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가족이 아닌, 집세를 받으러 왔던 집주인이었다.

‘2020 하류노인이 온다’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 NPO(비영리단체) 훗토플러스 대표가 만난 사람 중 한 명이다. 후지타 대표는 2015년 일본에서 ‘하류노인’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이 책은 일본에서 1년 만에 20만5000부가 판매됐다.

그가 제기한 ‘하류노인’이란 문제점은 한국·일본·중국 등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중국은 과거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발생할 하류노인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일본 도쿄(東京)에서 기차로 한 시간 떨어진 사이타마현 훗토플러스 사무실에서 후지타 대표를 만났다.


하류노인이라는 단어를 만든 계기는.
“대학 때부터 도쿄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노숙자들을 위한 배급 봉사 활동을 했다. 그런데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히비야공원에는 배급받는 분들이 500명 넘게 늘어났다. 노숙자도 급증해 ‘해넘이 파견촌(직장에서 해고돼 노숙자가 된 노동자들을 위한 임시 집단 거주촌)’도 생겼다. 더 놀라웠던 건 그들이 대부분 4년제 대학을 나와 상장 기업에 다니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대기업 직원, 은행원, 심지어 공무원도 있었다. 원래 ‘하류노인’이라는 단어는 인터넷에도 없었던 단어다. 하지만 이들의 삶이 이렇다면 일본 고령층 대부분은 ‘하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런 단어를 썼다.”

잘나가던 직장인이 한순간에 추락한다는 것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거 고령층 중 빈곤에 빠지는 사람들은 일용직 건설 노동자 등 특정 업종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2008년 리먼 쇼크로 확 바뀌었다. 리먼 쇼크와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團塊) 세대의 은퇴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단카이 세대들이 리먼 쇼크로 회사에서 쫓겨나던 나이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다. 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생존해 계시지만 한두 가지의 병을 앓고 있다. 이들은 예상보다 예금이 별로 없다. 자녀 교육에 열의를 보인 세대라 교육비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자녀는 흔히 말하는 취업 빙하기 1세대(30~40대)다. 취직을 못 했거나 아르바이트·비정규직으로 생활을 연명한다. 결국 3대의 주요 수입원이 은퇴한 남편이 모아둔 돈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 명만 암이나 치매에 걸려도, 작은 사기만 당해도 한순간에 삶이 무너진다.”

일본은 고령층에 대한 복지 체제가 잘돼 있지 않나.
“일본의 복지 체제는 나라보다는 직장과 가정에 의지하는 측면이 크다. 직장에서 상당수의 의료비를 내주고, 간호는 가족이 하는 형태다. 하지만 리먼 쇼크 이후 기업들은 직원들을 예전만큼 보호해주지 못한다. 간호를 가족이 해야 하다 보니 가족이 한명밖에 없는 경우에는 회사를 그만두거나 비정규직으로 이직해 간병을 한다. 이 경우에도 함께 하류로 추락한다. 잘나가던 사람이 한순간에 회사를 그만두고 질병 등으로 추락하는 경우 이들은 주변에 손을 내미는 것도 잘 못한다.
상담하러 온 고령층 대부분은 곧바로 사과부터 한다. 가난이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리광(甘え)’을 죄악시하는 일본 특유의 분위기도 작용한다. 이런 성향은 중장년 시절 잘나갔던 사람들일수록 강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생활 보호 대상자 포착률(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제도를 이용하는 비율)은 15~30%에 불과하다. 반면 독일은 64.6%, 프랑스는 91.6%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어리광이 아닌 권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류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무엇인가.
“아픈 것이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누군가의 간호를 받을 수도 없다. 하류노인들은 약도 아까워 한 회 분량을 여러 차례에 나눠 복용한다. 사는 곳도 문제다. 상담하러 오는 노인 중 70%는 자신의 집이 아닌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내는 월세는 6만~8만엔 선이다. 연금 대부분이 방세로 나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 집을 장만했더라도 퇴직 후 세금 등의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런 이유들로 버려진 집들이 전체의 13%에 달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프랑스처럼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세금을 올려서라도 해야 한다. 프랑스 정부는 버려지는 빈집들을 매입해 빈곤층에 싼값으로 빌려주고 있다. 나는 일본 정부에 빈집들을 매입해 공영 주택으로 만들어 한 달에 5000~1만엔 정도에 빌려주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후의 삶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본인이 노후에 연금을 얼마나 받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그 금액에 맞춰 정년을 위한 준비를 해야 힌다. 일명 생활의 ‘다운사이징’이다. 노후에는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다. 변수는 많은데 보호 장치는 거의 없다. 중년부터 비용의 리스크를 분산하며 노후 빈곤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년 빈곤과 노인 빈곤 중 어떤 문제가 더욱 시급한가.
“청년들도 필사적으로 살고 있다. 사실 제가 전문 복지사가 된 것도 대학 졸업 후 취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 단카이 세대들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쉬웠던 세대다. 일본 경제의 호황기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층은 평범한 삶 자체가 고비용 고위험이다. 이들에게는 대학을 졸업해 취직을 한 후 가정을 꾸린다는 자체가 큰 도전이다. 그리고 이들이 노인이 됐을 때는 지금보다 연금도 훨씬 적을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생활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사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두 계층의 빈곤 중 어떤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고령층은 젊은층의 미래다. 현재 일본의 젊은층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있다. 그런 젊은층에 아무리 소비하라고 외쳐 봐야 그럴 수가 없다. 결국 경제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젊은층에 밝은 미래를 보여줘야 그들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지 않을까.”


▒ 후지타 다카노리 藤田孝典
훗토플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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