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소렌 넬슨 윌리엄 디만트 그룹 회장

“고령화에 첨단기술 접목으로 보청기 시장 혁신 가속
스마트폰으로 의학정보 전송… AI 통역기술도 결합”


기사입력 2018.01.15 02:16

넬슨 회장은 “언젠가는 대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기반 통역 기술 등이 보청기와 결합하면서 훨씬 정교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진 : C영상미디어 한준호>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청기 전원을 켰다. 내장된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작동하면서 거실 조명이 켜지고 커피머신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보청기를 통해 측정된 체온과 혈압, 혈당수치 등 건강 관련 정보가 스마트폰 화면으로 전송되기 시작한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보청기의 미래 모습이다. 보청기 브랜드 ‘오티콘’으로 유명한 글로벌 청각 전문 기업 윌리엄 디만트(William Demant) 그룹의 소렌 넬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보청기가) 장시간 착용하고 다니는 기기인 만큼 최대한 스마트하게 변신할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연동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이 따로 필요없도록 진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 디만트는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에 본사를 둔 113년 전통의 글로벌 청각 전문 기업이다. 보청기 외에도 청각진단장비와 인공 와우(蝸牛·달팽이관) 등 청각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진출해 있다. 독일을 대표하는 음향 전문기업 젠하이저(Sennheiser)와 합작해 고성능 블루투스 헤드셋도 개발∙판매한다.

2016년 매출은 120억200만덴마크크로네(약 2조616억원), 순익은 약 2600억원에 달했다. 서울시의 청각장애인 지원 사업 후원을 위해 방한한 넬슨 회장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고령화로 보청기 시장의 성장 여력도 커졌다.
“글로벌 보청기 시장의 주 고객은 노년층이다. ‘고가의 의료 기기’라는 인식도 강해서 평균 수명이 긴 북미와 유럽의 비율이 절대적이다. 두 지역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80% 정도 된다. 보청기 시장만큼은 중국보다 독일의 시장 규모가 더 크다. 일본도 세계적인 장수국이지만 보청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켓 앤드 마켓(MarketsandMarkets)은 지난해 69억7000만달러(약 7조4600억원) 규모인 글로벌 보청기 시장이 2022년에는 97억8000만달러(약 10조47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서 보청기의 잠재력은.
“보청기를 비롯한 청각 관련 사업의 본질은 ‘소통(communication)’이다. 이 분야에서는 이미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울리면 보청기를 통해 바로 통화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언젠가는 대화 내용을 문자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나 인공지능(AI) 기반 통역 기술 등이 보청기와 결합하면서 훨씬 정교해질지도 모른다. 다양한 의학 정보 접목도 기대할 만하다. 혈압과 체온, 심장 박동 수 등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해 주는 식이다.”

‘포낙’ 브랜드로 유명한 스위스 소노바 그룹과 세계 1위 경쟁이 치열하다.
“둘의 관계는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최고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관계와 비슷하다. 비교 기준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보청기 사업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우리는 진단기기 분야가 강하다. 소노바는 인공 와우 분야가 강하지만 우리도 빠른 속도로 따라가고 있다.”

넬슨 회장은 덴마크공과대(DTU) 산업공학 석사과정 재학 중이던 1994년 인턴으로 윌리엄 디만트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정식 직원으로 입사해 22년 만인 지난해 4월 회장 겸 CEO에 취임했다.

경영자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사람은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경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직원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업무에 대해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챙기기보다는 책임과 권한을 주고 맡기는 쪽이 언제나 결과가 좋았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탈권위적인 덴마크식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을 한국 기업에 접목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에서는 어떤 직원이 (CEO인) 내가 공식 석상에서 한 이야기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내게 이메일을 보내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알려 준다. 경우에 따라서는 함께 어울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덴마크 고유의 수평적인 사고가 몸에 배어있기 때문에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위계서열을 중시하지만, 두 나라에 있는 우리 사무소의 경우에는 권위주의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다. 그걸 보면 기업 문화가 변할 여지는 충분한 것 같다.”

덴마크 기업의 근무 시간이 짧은데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은 뭔가.
“어린이집이 오후 4시나 4시 반에 끝나기 때문에 오후 4~5시에 대부분 퇴근한다. 늦게 남아있는 경우에도 6시를 넘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업무 시간에만 일을 하는 건 아니다. 필요에 따라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후 밤 시간에 집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근무 시간 외에 사무실 근무를 강요하지 않고 자율에 맡길 뿐이다.”

덴마크의 법정 근로 시간은 37시간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유연근무제를 채택하고 있어 획일적으로 근무 시간을 규정하긴 어렵지만 보통 오전 8시 30분에 업무를 시작해 오후 4시 전후 끝난다. 점심시간은 30분간에 불과해 간단한 샌드위치를 집에서 가지고 와서 책상에서 일하면서 먹는다.

윌리엄 디만트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인수한 기업과 시너지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M&A 대상 기업에 우리가 필요로 하는 독특한 경쟁력이 있다면 인수 후에도 그것을 잘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우리만의 경쟁력을 어떻게 거기에 접목시킬지도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2013년 프랑스 뉘흘렉(Neurelec∙현 옵티콘 메디컬)을 인수하면서 비로소 인공 와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 프랑스 사업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 소렌 넬슨(Sφren Nielsen)
덴마크공과대(DTU) 산업공학 석사, 윌리엄 디만트 최고운영책임자(COO), 젠하이저 커뮤니케이션 이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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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Wearable device) 사람이 몸에 걸치는 정보기술(IT) 기기를 뜻한다. 시계 형태의 스마트워치, 건강관리를 돕는 스마트밴드, 몸에 부착하는 액션 카메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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