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Biz inside] 넷마블게임즈

‘리니지2 레볼루션’ 대박, 단일게임 매출 1조 시대 열어
모바일 퍼스트·해외 시장 공략해 글로벌 게임 강자로


기사입력 2018.01.15 02:24

지난해 1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연례 기자회견인 ‘넷마블 투게더 위드 프레스(NTP)’에서 자사 게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넷마블>

지난해 11월 2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펜타스톰 for kakao(이하 펜타스톰)’의 아시안컵 본선(AIC2017)에는 수백명의 관중이 몰렸다. 일찍 도착한 관람객 중에는 경기 시작 전까지 스마트폰으로 펜타스톰을 즐기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펜타스톰은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기반 ‘적진점령게임(MOBA)’으로, 모바일 e스포츠 대회 사상 최대 규모인 총 6억원(약 56만달러)의 상금규모로 화제가 됐다.


2년 만에 매출 1조에서 2조로 껑충

대회를 주관한 넷마블의 최근 성장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은 한 달 매출액 2060억원, 하루 평균 접속자 215만명의 성적표를 받았다. 세계적 붐을 일으켰던 ‘포켓몬 고’의 성적(첫 달 매출 2억650만달러·약 2200억원)과 맞먹는 기록이다.

2015년 게임업계에서 두 번째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넷마블은 2016년 1조5000억원을 벌었고, 지난해에는 2조43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3분기까지 1조8090억원)된다. 이는 2016년보다 약 62% 급증한 것으로, 불과 2년 새 매출이 두 배가 되는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매출 중 해외 매출 비율은 70% 수준으로, 2016년의 약 51%에 비해서도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상승률은 더욱 높았다.

넷마블도 처음에는 작은 벤처 회사였다. 이미 쟁쟁한 게임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던 2000년 3월 설립된 넷마블은 2004년 CJ에 매각됐고, 방준혁 의장은 2006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퇴진했다.

그러나 방 의장이 빠진 넷마블은 잇단 시행착오와 신작 부진으로 휘청거렸다. 그는 창업자로서 회사가 무너져가는 것만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해 2011년 6월 고문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그는 매주 월요일 주간 회의를 주재하며 데이터와 벌이는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특히 ‘데이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일례로 사내 회의실 대형 스크린에는 게임별 하루 평균 사용자 수(DAU·daily active user) 추이가 365일 24시간 뜬다. DAU가 감소하는 날에는 최장 8시간 이어지는 마라톤 대책 회의가 즉각 열린다.

지난해 5월 말 넷마블 대표작 ‘세븐나이츠’의 국내 매출 순위가 6위로 떨어지자, 이 회의에서 새로운 캐릭터 ‘플라튼’ 공개라는 대응책을 내놨다. 그 결과 이 게임의 DAU는 60% 넘게 늘었고 매출 순위는 이달 초 3위로 치솟았다.

전체 직원 약 600명 가운데 500명이 데이터 분석, 트렌드 추적, 신사업, 게임 품질관리, 업데이트·이벤트 운영 등을 맡고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본업 중심이다. 이용자 800만명 데이터를 활용한 ‘크로스 프로모션(교차 홍보)’기법도 구사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첫 화면에 ‘모두의마블’ 캐릭터 업데이트 정보나 세븐나이츠 이벤트 날짜를 알려주는 식이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웹에서 모바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넷마블은 2012년 12월 31일 출시한 레이싱 게임 ‘다함께 차차차’를 1위에 올린 뒤 곧바로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로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개발 게임 최초로 현지 앱스토어 3위를 기록한 ‘세븐나이츠’, 2015년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흔들었던 RPG(역할수행게임) ‘레이븐’도 넷마블의 효자 게임이다. 특히 ‘모두의마블’은 게임을 하지 않는 스마트폰 유저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넷마블이 2016년 12월 출시한 모바일 MMORPG ‘리니지2 레볼루션’. 국내는 물론 아시아·일본 게임 시장에서 ‘대박’을 냈다. <사진 : 넷마블>

핵심인력이 한곳에 모여 ‘원스톱’ 결정

넷마블은 CJ그룹 계열사 시절 의사 결정이 더딘 관료주의적 회사였다. 대면(對面) 회의를 꺼리고 직급별 단계에 따라 보고하는 의사소통이 횡행했다. 이런 폐단을 고치기 위해 2012년 방 의장은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임직원을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한 건물에 모았다. 현재 넷마블과 넷마블이 지분을 투자한 게임 개발사는 모두 구로 넷마블 타워 9~20층과 건너편 대륭포스트타워2차 17~18층에 입주해 있다. 반경 100m 안이다.

이후 넷마블에선 기획자와 팀장, 본부장, 개발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원스톱’ 결정을 하는 게 철칙이 됐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은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하려면 속도감(스피드) 있는 결정·실행과 회사의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집중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넷마블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오후 1시, 3시, 5시 등 시간 단위로 게임 개발 스케줄을 짰고, 방 의장을 위시한 경영진과 대다수 임직원이 ‘주중 5일 밤샘 야근, 2일만 귀가’를 밥 먹듯 했다. 이런 노력은 넷마블이 목표보다 1년 빠른 2015년 국내 게임 기업 가운데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1조 클럽’에 가입한 원동력이 됐다.

넷마블의 또 다른 승부수는 자본 유치다. 2014년 3월 중국 최대 게임 회사인 텐센트로부터 5억달러(약 5330억원)를 끌어들인 게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이 자금을 이용해 CJ가 갖고 있던 넷마블 지분과 ‘세븐나이츠’를 개발한 넥서스게임즈,  ‘모두의마블’을 개발한 엔투플레이 등 개발사 지분을 사들였다.

안타 라이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연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넷마블 입장에선 대기업으로부터 독립하고 모바일 게임사를 인수하는 일이 절실했는데, 텐센트의 자본이 구세주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지금 넷마블의 3대 주주(지분 22.2%)다.



지난해 9월 5~6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펼쳐진 넷마블 주최 ‘2017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무대에 나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 넷마블>

북미 시장 개척하고, 공익 활동에도 적극

2015년 3월에는 넥슨과 벌인 경영권 분쟁으로 골치를 앓던 엔씨소프트와 제휴했다. 넷마블은 자사주 3800억원어치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대신, 인기 게임인 ‘리니지2’를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소셜 카지노 게임 기업 플레이티카 인수전에 나섰다가 패퇴했으나 올 2월에는 미국 모바일 게임사 카밤(Kabam)의 밴쿠버 스튜디오를 1조원에 인수했다. 북미 소비자 취향에 특화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이 회사는 넷마블의 미국·캐나다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로 꼽힌다.

현재 넷마블은 미국에서 레볼루션 외에도 북미자회사 카밤의 ‘마블 올스타 배틀(MARVEL Contest of Champions)’, 잼시티(Jamcity)의 캐주얼게임 ‘쿠키잼’ 등으로도 현지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RPG의 세계화’를 핵심 비전으로 내세운 넷마블게임즈는 중국과 미국·일본 등 이른바 ‘빅3’ 시장에 특화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트랜스포머’ ‘스타워즈’ ‘지아이조’ ‘킹오브파이터즈’와 같은 굵직한 지식재산권(IP) 계약도 이미 마쳤다.

레볼루션의 흥행에 힘입어 넷마블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회사 앱애니가 발표하는 글로벌 게임 공급사 순위에서 3~5위권에 올라있다.

올해 넷마블은 소수의 MMORPG 신작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카루스M’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등 3종이 그 주인공. 이에 대해 넷마블 고위관계자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성공 경험을 살려 모바일 MMORPG에 특화된 정예 게임을 내놓는 만큼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초고속 성장으로 게임 산업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을 무색하게 만든 넷마블은 건전한 게임 문화 정착과 사회공헌활동에도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게임사로 평가받는다.

‘문화 만들기(게임문화체험관, 전국 장애학생e페스티벌, 게임소통교육 등)’ ‘인재 키우기(게임아카데미, 견학프로그램 등)’ ‘마음 나누기(어깨동무문고, 임직원 봉사활동 등)’ 등 3가지 영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2016년부터는 인재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이달 중으로 사회공헌재단을 출범할 예정으로, 사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이 독립해 더욱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넷마블은 2020년 구로 신사옥이 완공되면 사회공헌재단을 중심으로 부지의 70%를 지역 주민에 개방하고 대규모 도서관과 게임박물관, 지역 청소년을 위한 게임아카데미 등의 교육기관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해 상장사가 됐기 때문에 사회공헌 역시 중요한 책무”라며 “올해 사회공헌도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미래를 내다본 모험가, ‘한국 게임계의 잡스’

조성준 기자

방준혁 의장이 이끄는 넷마블은 시가총액 약 14조원으로, 2018년 1월 현재 국내 기업 중 21위에 랭크된 매머드 게임사다. 방 의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한국의 50대 부자’에 24위로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넷마블 최대주주(지분율 24.38%)인 그는 개인 주식만 따지면 3조5000억원가량을 보유한 국내 7위 주식부자다.

방 의장은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흙수저’ 출신 오너다. 1968년 12월 서울에서 태어나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생 때 신문배달을 몇 달씩 했으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할 정도였다. 사업에 의욕이 있었던 그는 2000년 넷마블을 설립하기 전에 두 번 창업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방 의장은 실패의 경험에서 꿈도 좋지만 확실한 비전과 체계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1999년 게임기업 ‘아이팝소프트’가 경영난에 처하자 투자자를 모집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아이팝소프트의 사외이사가 되면서 게임업과 첫 인연을 맺는다. 2000년 아이팝소프트가 또다시 위기에 처하자 회사를 인수해 CEO가 됐고 사명(社名)을 ‘넷마블’로 바꾼 뒤 8명의 직원과 함께 온라인게임사업을 시작했다.


망해가는 넷마블 복귀해 대박 회사로

방 의장은 공격적인 사업 스타일과 달리 대인 관계에 있어서 사람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마블 권영식 대표와는 98년 첫 사업 때 인연을 맺은 후 20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 대학원 졸업을 위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한 직원의 부모님을 찾아가 설득 끝에 마음을 돌린 일도 있다.

넷마블이 CJ그룹에 편입돼 CJ인터넷으로 출범한 지 2년이 지난 2006년, 그는 잦은 야근으로 건강이 나빠져 회사를 떠났다. 방 의장이 자리를 비운 5년 동안 회사는 수렁에 빠졌다. CJ는 2011년 6월 그를 구원투수로 다시 불러들였다. 당시 방 의장은 “2011년 CJ로부터 복귀 요청을 받았을 때 회사 상태가 최악이었다”며 “가족들은 ‘침몰하는 배에 타지 말라’며 복귀를 반대했지만 자식 같은 존재였던 넷마블이 중환자실에 있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승부사로 통한다. 방 의장은 복귀 직후 모바일게임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5년 후 2016년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하겠다는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대부분의 직원들조차 모바일 퍼스트 전략에 회의적이었으나 직접 스태프를 끌어 모아 모바일사업부를 꾸렸다. 방 의장은 주말도 없이 일에 매달렸다. 그 덕인지 ‘모두의마블’을 비롯해 4개의 모바일게임이 연달아 ‘대박’이 났다. 발표 당시엔 허풍처럼 느껴졌던 ‘1조원 돌파’도 결국 현실이 됐다. 이런 성과를 보고 조직 전체가 ‘모바일 퍼스트’라는 방향을 따르기 시작했다.

방 의장은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넷마블의 다음 목표로 ‘2020년 매출 5조원’을 선언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확대가 관건이다. 미국·중국·일본 시장을 석권해야 5조원 달성이 가능하다. 한국 게임계의 잡스로 불리는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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